사설 1/16


   떠나간 이구택 돌아온 이석채


  지난 14일 이석채 KT 사장이 취임했다. 15일엔 이구택 회장이 자진사퇴 형식으로 포스코를 떠났다. KT와 포스코 두 기업은 100% 민간기업이면서도 여전히 공기업처럼 여겨지는 공통점이 있다. 역대 정권이 마치 정부 산하기관이라도 되는 듯 인사에 멋대로 간섭하고, 경영진 역시 정권에 줄을 대온 구습 때문이다. KT는 남중수 전 사장도 연임을 하려다 부패사건에 연루돼 물러났지만 근본 원인이 과거 정권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민영화 10년째인 포스코는 아예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황경로-김만제-유상부 회장이 임기도중 물러났다.
  '공기업 아닌 공기업'의 이런 행태에 우리는 정부와 경영진 양쪽에 책임을 따질 수밖에 없다. 우선 민간기업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잘못이다. 포스코는 외국인 주주만 43%인데 정부 몫이랄 것도 없는 국민연금 지분 4%는 명분이 못 된다. 더구나 시장원리 존중을 외쳐온 이명박 정부라면 한 자리라도 더 제 사람 챙기겠다는 속셈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경영자들도 불필요한 정부 간섭을 자초한 건 아닌지 돌아보기 바란다. 취임과 동시에 자기 임기 연장부터 신경 쓰다 보니 실적 개선은 뒷전이고 정권 줄대기와 사외이사, CEO추천위원회 장악을 통해 경영권을 강화하는 데 과도하게 힘을 쏟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이 이래선 곤란하다. CEO부터 인사와 경영에서 정부 입김을 벗어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바꾸려는 노력을 기울여라. 주인 없는 회사라고 전문경영인이 황제경영 흉내를 낸다는 소리가 들려서야 중도하차한들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정부도 앞으로 민영화 과정을 거칠 공기업이 많은데 일단 손을 털었으면 글로벌 기업으로 커나가도록 대우해주는 게 옳다. 경영을 위해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공기업은 CEO추천위를 통해 민간경영인을 찾는 게 맞지만 지금은 천편일률적으로 정부의 책임회피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민영화 이후에도 정부 개입이 꼭 필요한 기업이라면 골든셰어(황금주) 같은 정당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바란다. 지분 하나 없이 형식적 CEO 선임절차를 통해 인사를 주무르려드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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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의 모체는 한국통신공사이다. 다시 한국통신공사는 과거 한국전기통신공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사는 81년 12월에 설립되었고 김대중정부 시절 민영화작업을 거치면서 KT로 사명을 바꾸게 되었다.
 포스코의 모체는 포항제철이다. 포항제철은 68년에 설립된 국내 유일의 용광로업체로 현재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를 보유한 국내 5대기업이다. 포항제철 또한 정부의 경제발전 목적을 위해 설립된 공기업이었다. 하지만 역시 김대중 정권시절인 2000년에 산업은행의 보유지분을 전량매각함으로서 민영화되었다.

          : 황금주는 영국의 대처수상 시절에 생긴 제도이다. 1984년 당시 영국에는 우리나라의 한국통신격인 브리티시텔레콤이 있었다. 이를 민영화하려는 대처수상은 국민들에 대한 공공성이 강하고 전국적인 연결고리로 형성된 거대한 기업을 민영화할경우 국민들에게 막대한 손해와 공공성 훼손의 우려가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논리에 막혀 민영화를 미룰수는 없었으므로 거래가 불가능한 정부소유의 특별한 주식 한 주를 만든다. 이것이 바로 황금주이다.
 황금주의 기능은 중요한 사안이나 의사결정에 있어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국가이익에 중대한 침해를 끼치거나 사회후생 등에 걸맞지 않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민영화를 통해 자본차익에만 열을 올리는 민간자본 등에게 회사가 넘어가도 소비자 또는 국민들을 보호할 수 있다. 물론 이 황금주는 각 주주들이 가진 주식수에 따라 지급하는 주주평등의 원칙에는 위배되지만 우리나라도 겪었듯이 론스타나 기타 투기성자금으로 부터 기업을 보호하고 국민들의 공공성을 지키는 역할이 강하기 때문에 현재는 유럽 전역에 널리 퍼져있다.  


 

매경포커스 11/13


  와이즈 스펜딩 시대의 KT

  미국 남동부에 위치한 주들은 흔히 '바이블 벨트'로 불린다. 전통적으로 보수층이 많아서다. 이 가운데 부시 현 대통령 출신주인 텍사스는 벨트의 버클로 알려져 있다. 그곳에서 공부한 적이 있는 기자는 수업 팀프로젝트 중에 학생들이 IT경기 활성화의 긍정적인 변수로 선뜻 '이란과의 전쟁'을 꼽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이란과의 전쟁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때였다.
  버락 오바마가 성공시킨 '담대한 희망'이 지구촌에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타의가 아닌, 스스로 먼저 변하는 미국인들의 지성에 탄성이 나올 따름이다. 하지만 인종을 초월한 새로운 다문화 시대가 왔다고 우리가 가장자리에서 축배를 들고 기웃거릴 때도 아닌 듯하다. 백인들이 변화를 원했기도 했지만 오바마의 뒤에 있는 '오마하의 현인'인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과의 공조를 더 기대했다는 얘기도 있다. 전쟁을 일으켜선 이제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는 걸 미국이 깨달은 걸까. 결국 'Money talks(돈이 만사다)'가 통한 듯하다.
 "한국 드라마가 한류 붐을 일으킨 바탕에는 전형적인 돈 문제가 깔려있지요."
  송도균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한류의 허상을 이렇게 지적한다. SBS 사장 시절 싱가포르 국영방송 사장에게서 "한국 드라마를 싱가포르 안에서 제작해주면 스튜디오 7개를 무료로 빌려주고 제작비도 지원해 주겠다. 대신 방영권만 달라"는 얘기를 들었다. 싱가포르는 인구가 적어 아주 인기 있는 드라마를 팔아봐야 편당 5만달러 버는데, 제작비는 5만달러가 넘어 수지가 안 맞는다는 것이었다. 싼 드라마를 수입해 방영해야 하는 현실이 아시아 각국이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다.
  금융쓰나미 여파가 지구촌을 휩쓸면서, 구글 등 잘나가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에선 어느덧 와이즈 스펜딩(현명한 예산집행)이 화두로 떠올랐다. 구글코리아 이원진 사장은 "기업들의 광고 비용 통제력이 더 중요해지고 기업이 소비자에게 직접 찾아가는 마케팅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강조한다.
  자산값은 떨어지고 들어오는 돈은 적어져 기업들이 나가는 돈 쥐어짜기에 나선 요즘, 한국IT 수장격인 KT가 새 매니지먼트 출범을 앞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와이즈 스펜딩과 거리가 먼 문화를 바꾸기 위해 새 CEO가 조직개편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벌써 하마평에 10여 명이 오르내린다. KT 한 고위 임원은 "너무 어려운 시기에 누가 오더라도 단순히 IT업계 수장으로 온다는 생각만 갖고서는 어려울 것"이라며 "충분한 인지가 필요하고, 전문성뿐만 아니라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쇄신의 정도일 것이다. KT를 기본과 정도를 지키는 민간기업으로 만들기 위한 대수술인가, 아니면 히든애셋(기존 인력과 자산)을 최대한 활용한 개선이냐의 차이다.
  한 민간기업 임원은 "정치권은 고용안정을 외치고 KT 임원 중에는 정치권과 연줄이 있는 사람이 많은데 과연 인력감축이 가능하겠느냐"고 지적한다. 쇄신도 잠깐이고, 관행대로 정치권에서 정치자금을 받기 위해 손을 벌리면 그 돈을 마련하느라 납품비리를 저지르게 되는데 개혁이 무슨 소용이냐는 얘기다. 누구 탓이든 그동안 정권이 바뀐 직후 IT업계 인사들이 구속 안 된 적이 없다.
  "새 사업을 건설할 때 그 사업이 성숙하기 전에 아직 승승장구하고 있는 기존 사업을 자발적으로 파괴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타의에 의해 파괴될것"이라는 레스터 서로 MIT 교수의 지적이 새삼스러운 대목이다. 하물며 수년째 정체된 사업을 끌어안고 있는 KT임에랴.

유진평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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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이 갈수록 전자정보화 지능화 첨단화 되어감에 따라 IT업계의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쟁을 일으킴으로서 IT장비와 수많은 고급인력들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매케인 후보도 이란과의 전쟁을 언급한바 있다.

         : 현명한 소비를 기업에 적용하는 경비절감과 일맥상통한다. 세계적인 기업 구글은 기존의 광고방식에서 탈피한 '구글 애드워즈'와 '구글 애드센스'로 인기몰이 중이다. 기존의 광고방식이 일방적인 단방향이었다면 구글의 광고방식은 고객이나 다른 소규모 사업자 또는 개인들과 수익을 분배하는 양방향 수익구조를 가진다. 웹2.0시대의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수 있다.

         : KT는 과거 한국통신의 공기업시절을 거친 민영화기업이다. 공기업의 생리상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쉽게 벗지 못한다. 민영화를 거치긴 했지만 그러한 오랜 관행을 완벽하게 고치진 못했다. 때문에 비리문제나 금품수수문제, 내부로는 직원들간의 파벌싸움이나 전관예우등이 아직도 남아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