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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5. 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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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오마이뉴스


[추적] 美 쇠고기와 농림부의 '말 바꾸기'

 [프레시안 강이현/기자]

   여기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이상길 농림수산식품부 축산정책단장(전 농림부 축산국장)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축산 정책을 총괄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 중이다. 그는 불과 1년 6개월 전만 해도 "주권 국가의 검역권 침해는 용납하지 않겠다"며 미국에 맞섰다.
 
  이런 그가 변했다. 이제 그는 "광우병은 생각만큼 위험한 병이 아니다"라고 얘기한다. 그가 지난 1년 6개월 동안 쏟아낸 말을 추적하면 이명박 정부의 이번 결정이 얼마나 '비과학적, 비논리적으로 결정된 것인지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도대체 누가 농림수산식품부 공무원의 정점에 선 이상길 축산정책단장을 이 지경이 되도록 만들었는가? 국민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농림부 공무원의 자존심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2006년 12월 : "100% 안전? 결론 없다"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SRM)이 아닌 부위가 100% 안전한지 여부에 대한 명쾌한 결론이 없는 상태이다." (2006년 12월)
 
  이상길 단장이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해 언론을 통해 입장을 밝혀온 것은 지난 2006년부터다. 그해 12월,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뼛조각에 이어 발암물질인 다이옥신까지 검출되자 당시 농림부 축산국장을 맡고 있던 그는 미국 측에 수출 중단 조치를 통보하며 이 같이 말했다. 소비자의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이유였다.
 
  이 국장의 지적은 "30개월 미만의 뼈를 발라낸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던 그동안의 농림부 주장을 뒤집은 것이었다. 당시 이상길 단장의 방침은 과잉 대응이라고 지적하는 경제 부처의 반발을 부르면서 '부처 간 입장 충돌'이라는 양상을 빚기도 했다.
 
  2007년 2월 : "주권 국가의 검역권 침해는 안 된다"
 
 
  "미국 측 주장대로 할 경우 주권 국가의 검역권이 무력화될 수밖에 없어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2007년 2월)
 
  지난해 2월 수입 재개를 염두에 둔 미국산 쇠고기 검역 관련 기술 협의가 열렸다. 이상길 단장이 수석대표로 나선 당시 협의는 한미 간 의견 차이가 뚜렷했다.
 
  미국 측은 가공 과정에서 들어가는 뼛조각의 경우 '위생' 문제가 아니라 '품질'의 문제인 만큼 한국 검역 당국이 직접 관여하지 말고 수출·수입업자가 뼛조각 발견 비율이,크기 등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우리 측은 뼛조각의 광우병 안전성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데다 주권 국가로서 검역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민간에 맡겨 둘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당시 이상길 단장은 "검역원의 역할이라는 것이 단순이 그것을 증명해 주는 개수를 확인해 주는 역할에 불과하다면 주권국으로서 검역권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했다"며 "이번 협상에서 사실상 미국 측은 기존 입장을 반복했을 뿐 새로운 제안을 내놓지 않았다"고 토로했었다.
 
  2007년 3월 : "국제수역사무국 기준보다 더 강하게 규제할 수 있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의 상위 조직인 세계무역기구(WTO)는 동·식물 검역 규정에서 과학적 근거가 있거나 위험 평가가 적절하다고 인정될 경우 수입국이 자체 추가 검역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한국이 이 같은 국제 기준에 따라 반대하면 (미국 측은) 명분이 없다." (2007년 3월)
 
  지난해 3월 미국은 뼈 없는 쇠고기 뿐 아니라 갈비와 같은 뼈 있는 쇠고기 시장까지 즉시 개방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몇 개월 앞둔 OIE 총회에서 광우병 위험 등급이 상향 조정될 것이며 이에 따라 등급 평가가 재조정되는 즉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개방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상길 단장은 "수입국이 자체적으로 추가 검역을 할 수 있다"며 미국 측 요구에 반박했다. 그는 "미국 의도대로 5월 이후 곧바로 뼈 있는 쇠고기의 수입 재개가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2007년 5월 :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과학적으로…"
 
  "미국이 현행 수입 위생 조건 개정을 요구해오면,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과학적인 절차를 진행해 협상에 적극 임할 계획입니다." (2007년 5월)
 
  OIE에서 미국에 '광우병 위험이 통제되는 국가'라는 판정을 내린 지난 5월 이상길 단장의 말이다. 그는 "구체적인 수입 재개 시기나 수입 조건을 예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고 다만 우리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절차는 합리적으로 최대한 단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 단장은 "OIE에서 평가한 여러 내용이 실제로 현장에서 그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등을 봐서 위험도에 따라서 추가적인 위생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경우에 과학적인 근거에 따라서 요구를 하겠다"며 "미국이 그 근거를 수용하면 이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위생 조건을 강화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2007년 9월 : "얻어낼 건 최대한 얻어내야 한다"
 
  "앞으로 미국과의 (수입 위생 조건 개정) 협상에 성실히 임하되,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얻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들과 함께 우리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찾아야 한다." (2007년 9월)
 
  지난해 10월 한미간 쇠고기 수입 조건 개정 협상을 앞두고 전문가협의회를 주재한 이상길 단장은 이렇게 말했다.
 
  당시 농림부는 민간 검역·의학 전문가와 함께 갈비·척추 등 뼈 수입 여부, SRM 허용 범위 등 관련 쟁점을 검토하고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광우병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교역상 가치가 큰 갈비 등 일반 뼈의 경우 더 이상 수입을 막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 국장은 향후 일정과 관련, "서둘러 협상을 시작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생산·소비자단체장이 참석하는 가축방역협의회도 가급적 다시 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2007년 10월 : "OIE보다 강한 조건이 필요하다는 점, 분명히 했다"
 
  "수입 검역 과정에서 미국의 계속된 위반을 집중 추궁하고 현지 조사와 자체 평가한 내용 토대로 협의한다."(2007년 10월)
 
  지난해 10월 새로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을 정하기 위해 진행된 한미 간 검역 전문가협의에 앞서 이상길 단장이 한 말이다. 그는 "미국이 쇠고기의 안전성 관리 면에서 허술하다는 점을 제시할 계획"이라고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농림부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 중단 조치를 내리자마자 미국 측의 협상 요청을 받아들여 여론의 비난을 샀다. 이에 임상규 농림부 장관은 "국제적 기준상 미국산 쇠고기에 현저한 위험이 없다" "국제 관행에 맞는 수준의 쇠고기 수입은 불가피하다"고 말해 비난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당시 이상길 단장은 "우리는 독자적 위험 평가 결과나 최근 연구 결과 등을 들어 OIE 규정보다 강한 조건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그는 "수출길이 막힌 미국과 달리 우리 측은 협상을 서두를 이유가 없어 시간적 여유가 있다"며 "일본·중국 등 다른 나라와 수입 조건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미국과 주변국 협상 동향을 주시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결국 협상은 결론을 못 낸 채 마무리됐다. 우리 측이 미국의 반복적인 수입 위생 조건 위반 사실과 수입 위험 평가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들어 모든 종류의 SRM과 내장·꼬리 등의 부산물은 받을 수 없다고 맞섰기 때문이다.
 
  이상길 단장은 "우리는 독자적 위험 평가 결과나 최근 연구 결과 등을 들어 소의 나이나 SRM부위 등 일부 수입 금지 품목에 대해 OIE 규정보다 강한 조건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2008년 1월 : "예외 인정 어렵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이) 어떤 특정 나라에만 국제 기준의 예외를 인정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조만간 쇠고기 문제가 해결되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본다." (2008년 1월)
 
  지난 1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이 석 달째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상태에서 이상길 단장이 한 말이다. 바로 몇 달전까지의 태도와 180도 달라져 있다.
 
  이 사이에는 두 가지의 사건이 있었다.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정권이 바뀌었다. 또 다른 하나는 미국 축산협회 대표단이 이상길 단장을 비롯해 농림부 관계자들을 방문해 한 번 더 미국산 쇠고기 검역 조건 완화를 압박한 것.
 
  그리고 지난 18일 양국은 30개월 이하 쇠고기 수입은 물론 30개월 이상의 소에서는 광우병 위험 물질까지 전면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2008년 4월 : "광우병은 생각만큼 위험한 병 아니다"
 
  "세계적으로 광우병에 대해 한국만 유난히 민감하다. 광우병이 생각만큼 그렇게 위험한 병이 아니다." (2008년 4월)
 
  지난 4월 23일 민주당과 농림부 장관이 가진 간담회에 참석한 이상길 단장의 말이다. 그는 "동물성 사료가 병의 원인임이 밝혀진 다음부터 도입한 사료 규제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그렇기에 전문가들은 그렇게 오래 가지 않을 질병이라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장은 미국의 검역 체계에 대해서도 매우 낙관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는 "미국이 도축장에 대해 검사를 하는 건 한국민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미국이) 자국민을 위해서라도 조치를 하지 않겠나" 하는 기대를 내비쳤다.
 
  그는 불과 수개월 전과 180도 다른 말을 쏟아냈다.
 
  "과학적 근거를,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된다. 그 문제가 제일 어렵다." (4월 25일) / "30개월 이상 된 소의 위험물질은 충분히 검역을 통해서 걸러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4월 27일) / "OIE는 미국을 광우병위험통제국으로 지정했다. 이는 미국 도축장이 SRM을 효율적으로 잘 제거하고 있고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뜻이다." (4월 27일)
 
  지난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대대적인 부처 개편을 예고하자 "우리는 영혼 없는 공무원"라고 말했다는 국가홍보처 직원의 푸념이 유행했다. 국민들은 언제쯤 이 말을 웃으며 넘겨버릴 수 있을까.

강이현/기자 (sealovei@pressian.com)
기사출처/프레시안

 값싸고 질좋은 쇠고기 먹을권리를 위해 수입한다는 논리, 내키지 않으면 안먹으면 된다는 논리 등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쇠고기는 쓰이는 곳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순수 식용뿐만 아니라 젤라틴이나 약 캡슐껍질조차 쇠고기를 이용해서 만들기 때문이다. 이젠 곰국도 무서워서 못먹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