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집 인터넷은 이렇게 느릴까, 분명 100메가비트(Mbps)급이랬는데’. 집에서 인터넷을 쓰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간혹 있습니다. 100Mbps란 1초에 100메가비트를 전송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8비트(bit)는 1바이트(Byte). 따라서 100메가급 초고속 인터넷에 가입했다면 이론적으로는 700메가바이트(MB)짜리 영화 한 편을 내려받는 데 1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전문가들은 이처럼 ‘이론’과 ‘현실’이 다른 이유를 대략 세 가지로 설명합니다.

첫째, 가입자의 PC 환경이 나쁜 경우입니다. PC 사양이 낮고 메모리 용량이 작으면 인터넷 속도도 자연히 느려집니다. 메모리 용량이 64MB인 PC보다 256MB인 PC가 초고속 인터넷 사용에 더 적합한 거죠. 전문가들은 윈도와 같은 PC 운영체제(OS)를 깔끔하게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6개월에 한 번 정도는 하드디스크를 포맷하고 새 OS를 깔아 불필요한 파일과 프로그램들을 정리합니다. 특히 PC가 갑자기 멈추는(다운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면 작업 중인 파일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OS를 다시 깔아야 합니다. 또 같은 윈도 OS라도 ‘윈도98’보다 ‘윈도XP’를 설치했을 때 인터넷 속도가 더 빨라집니다. 바이러스 체크도 잊지 말아야겠죠.

둘째, 선로의 문제입니다. 먼저 주택이나 아파트 단지의 배선 불량을 들 수 있습니다. 전화국과 집 PC 사이의 연결 구간이 지나치게 길거나 복잡해도 인터넷 속도는 느려집니다. 선로가 낡았거나 불량일 때도 결과는 같습니다.

또 하나의 케이블을 나눠 쓰는 PC가 너무 많을 때입니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는 광케이블은 대개 1기가비트(=1000메가비트)짜리입니다. 이를 여러 가구가 나눠 쓰는 거지요. 그런데 그 중 한 가구에서 불법 사이트 운영 등을 위해 서버를 구축하면 주변 가구의 인터넷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공유기를 이용해 한 회선을 두 대, 세 대의 PC로 연결해 쓸 때도 속도는 저하됩니다.

소비자가 우리집의 초고속 인터넷 속도를 정확히 알고 싶다면 한국정보사회진흥원(speed.nia.or.kr)이나 KT(speed.kornet.net), 하나로텔레콤(myspeed.hanaro.com) 등의 인터넷 품질 측정 사이트를 이용합니다. 초고속 인터넷 업체는 품질 측정 규정에 맞춰 속도를 측정했을 때 약관에 제시한 최저 속도가 나오지 않으면 해당 기간의 요금을 감면해 줍니다. 또 일정 횟수 이상 감면을 받으면 위약금 없이 해약할 수 있습니다.

이나리 기자